동물학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 우리 사회가 경계해야 할 경고
비비탄 총 학대 사건 등 최근 동물학대 사례를 통해, 그 심각성과 인간 사회에 미치는 경고 신호를 진단합니다.
왜 지금 ‘동물학대’를 이야기해야 합니까?
최근 몇 년 사이, 동물학대에 대한 보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윤리 감수성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동물에 대한 폭력은 결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사회 전체의 정의와 안전, 그리고 공존을 위한 기준점을 점검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 못 하는 생명들이 고통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직면해야 할 현실입니다.
충격적인 사례 : 비비탄 총 난사 사건
2025년 6월, 경상남도 거제시의 한 식당 마당에서 발생한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해병대 현역 군인 2명과 민간인 1명이 개 네 마리에게 수백 발의 비비탄 총을 발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로 인해 한 마리는 사망하였고, 나머지 세 마리는 안구 파열, 치아 손상 등 심각한 외상을 입었습니다. 통상적인 비비탄 총으로는 동물에게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의 상해를 입히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사건은 가까운 거리에서 고강도 비비탄을 반복적으로 조준 발사했거나, 혹은 다른 물리적 외력을 함께 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학대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매우 큽니다. 이 사건은 단지 한 마리의 희생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폭력성, 잔혹성, 그리고 법적 대응의 취약성이 동시에 드러난 사회적 경고입니다.
동물학대는 인간 폭력의 예고편입니다
FBI를 비롯한 여러 국제 범죄연구기관에서는 동물학대를 '강력범죄의 전조'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FBI는 2016년부터 동물학대를 별도 범죄 유형으로 분류해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폭력 범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다수의 연구결과에 근거합니다. 예를 들어, 연쇄살인범 중 70% 이상이 어린 시절 혹은 초기 성인기에 동물학대를 반복적으로 저질렀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폭력성이 처음으로 표출되는 가장 쉬운 대상이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고 저항하지 못하는 존재에게 가해진 폭력은 결국 그 강도가 높아져 인간에게도 옮겨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동물학대는 개별 동물의 고통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가 반드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조기에 개입해야 할 심리적·사회적 위험 신호입니다.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만든 구조적 문제
많은 사람들이 동물학대를 ‘감정의 문제’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심각한 법적·제도적 문제이며, 국가적 윤리 기준의 붕괴를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동물보호법은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집행력이 매우 약합니다. CCTV나 명백한 영상 증거가 없으면 가해자 처벌이 어려우며, 수사기관도 피해 동물이 말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더욱이 동물법의학이나 감정제도가 미비하여, 부검이나 상해 분석을 통한 입증 역시 거의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이며, 피해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가해자는 법망을 빠져나간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동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이유
동물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고, 법정에서 자신의 피해를 증명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그들의 대변자가 되어야 합니다. 법률가 중 일부는 스스로를 ‘개변(개를 위한 변호사)’이라고 부르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감수성을 제고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는, 결국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한 사회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인간 사회에 폭력과 불신, 혐오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우리가 동물학대에 분노하는 이유는 단지 ‘동물을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윤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