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사육 종식 이후, 우리가 준비해야 할 과제들
곰 사육이 종식된 이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구조된 곰의 삶, 생츄어리 확충, 제도 보완 등 현실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곰 사육 종식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2023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곰 사육 산업 종식을 법제화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이로써 2026년부터는 누구도 사육곰을 소유하거나 증식, 운반, 소비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결정이 곰 사육의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남은 사육곰들의 돌봄, 법적 공백 최소화, 생태 복원, 사회 인식 개선 등 후속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진정한 동물 해방은 법의 제정보다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곰 사육 종식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실천적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구조된 곰을 위한 생츄어리 확충이 시급합니다
현재 국내 사육곰은 300여 마리로 추정되며, 이 중 상당수가 2025년 말까지 도살될 가능성에 놓여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곰들을 수용할 수 있는 안정된 보호시설, 곧 '생츄어리'의 확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생츄어리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곰들이 생애 마지막을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이 역할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부족합니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같은 민간의 자발적 노력 외에도,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과 행정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관련한 논의는 이미 환경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제도의 공백을 막기 위한 사후 입법이 필요합니다
곰 사육 산업은 불법은 아니었지만, 제도의 허점을 틈타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법의 공백기와 행정 미비로 인해 새로운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사육곰과 그 부산물에 대한 관리 기준, 생츄어리 설치 기준, 사육 종료 전까지의 보호 지침 등이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행령 및 하위 법령 정비가 시급합니다. 또한, 사육곰 농가에 대한 전환 지원, 생업 대체 프로그램 마련 등의 실질적인 사회적 대안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금지는 해결이 아니라 갈등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치밀한 입법과 정책 설계가 요구됩니다.
시민 인식 개선과 교육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곰 사육이 단지 일부 업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묵인하고 침묵해 온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홍보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권 교육 프로그램 확대와 미디어 콘텐츠를 통한 공감 형성이 필요합니다. 시민이 곰 사육 종식의 가치를 이해하고 함께 실천할 수 있어야 진정한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글인 [〈아이들과 함께하는 동물권 교육 활동 소개〉]는 인식 개선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의미가 깊습니다. 앞으로는 공공기관, 교육청, 시민단체가 연계한 지속 가능한 동물권 교육 체계 구축이 요구됩니다.
시민과 정부, NGO의 협력이 성패를 가릅니다
곰 사육 종식은 단일 주체가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닙니다. 정부의 입법과 예산, NGO의 감시와 제안, 시민의 관심과 실천이 삼위일체처럼 맞물려야만 실현 가능한 미래입니다. 특히 구조된 곰을 생츄어리로 이송하거나 국제적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NGO의 경험과 전문성이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에니멀아시아(Animals Asia)', '카라(KARA)' 등은 그간 활발한 구조와 캠페인을 진행해 왔으며, 이들의 데이터를 정부 정책에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시민은 단순한 후원자가 아닌, 감시자이자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가져야 합니다. 곰이 철창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길은 결국 연대의 힘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