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공항 개항, 정말 괜찮을까요? 울릉도 주민이 전하는 섬의 현실과 우려. 쓰레기 문제, 난개발, 인프라 부족까지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진짜 이야기.
“공항이 생기면 다 좋아질까?”라는 질문 앞에서
울릉도에 공항이 생긴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1편 글에서도 소개했듯이, 서울에서 1시간 만에 울릉도로 갈 수 있다는 것은 관광객, 응급환자, 물류 이동까지 모두에 긍정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울릉공항 공사 현황과 기대감 글에서 그러한 변화를 정리해 드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고향이 울릉도인 저는 이 질문에 쉽게 “네”라고 대답하지 못합니다. 공항이 생긴 이후, 울릉도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까요? 아니면 지금보다 더 혼란스러워질까요? 현실적으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 그리고 섬사람의 걱정을 담아 하나씩 풀어보려 합니다.
울릉도는 지금도 준비가 부족한 섬입니다
현재 울릉도는 성수기만 되면 숙박, 식당, 교통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7~8월 휴가철이나 10월 단풍 시즌에는 관광객이 집중되면서 숙소를 찾지 못해 야영하거나 카페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사례도 흔하게 발생합니다. 일부 식당은 조리 인력이 부족해 아예 ‘오늘 휴업’ 공지를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건 도내 교통 시스템입니다. 좁은 일방도로와 한정된 주차 공간, 그리고 관광버스의 대량 운행으로 인해 성수기에는 도로가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합니다. 울릉도는 ‘자동차 섬’이 아니며, 차 한 대 더 들어올 공간조차 빠듯한 섬입니다. 공항이 개항하면 더 많은 인원이 짧은 시간에 울릉도로 유입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인프라로는 그 수요를 절대 감당할 수 없습니다. 공항 이전에, 섬 전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쓰레기, 오수… 관광객이 남기고 간 것들
울릉도는 자체 소각장이나 대규모 폐기물 처리시설이 없습니다.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는 대부분 임시 보관 후 다시 배로 뭍으로 실어 나르는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성수기 하루 평균 쓰레기 배출량은 20톤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마저도 기상 악화 시에는 운반 자체가 지연되기 일쑤입니다. 또한, 일부 민박과 숙소에서는 하수처리시설 없이 생활 오수를 그대로 바다로 흘려보내는 일도 아직 존재합니다. 청정한 섬이라는 울릉도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관광의 그림자는 이미 곳곳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공항이 개항되면 이 문제는 더 빠르게, 더 크게 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쓰레기와 오수 문제는 단순한 행정 이슈가 아니라, 섬의 생태와 주민 건강까지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지금이라도 환경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와 강화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무분별한 개발, 울릉도의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공항 개항 소식이 전해지면서, 울릉도 곳곳에서는 펜션 건축이 붐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산비탈을 깎고, 소나무 숲을 밀어낸 자리에 ‘○○오션뷰 펜션’이라는 간판이 줄지어 들어섭니다. 심지어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 한가운데에도 숙박시설이 난립하면서 조용했던 동네의 분위기마저 바뀌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개발이 계획 없이, 규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울릉도의 인프라는 여전히 10년 전 그대로인데, 숙박 시설만 늘어나는 구조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부작용을 남깁니다. 개발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개발이 섬의 정체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결국 울릉도는 울릉도가 아닌, ‘어디서 본 듯한 관광지’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건 경제가 아니라, 울릉도만의 고유한 풍경과 문화입니다.
섬의 리듬, 섬사람의 방식이 무너질까 걱정입니다
울릉도는 느린 섬입니다. 배가 들어오지 않는 날이면, 쌀과 우유도 끊기고, 택배도 몇 날 며칠 늦게 도착합니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 우리는 나름의 리듬과 질서를 만들어 살고 있습니다. 공항은 그 질서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들어오는 사람들, 더 자주 변화하는 풍경. 외부 자본이 들어오고, 외지인이 부동산을 사들이고, 지역 상권이 외식 프랜차이즈로 바뀌는 일들이 조용한 섬마을에서 벌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변화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입니다. 섬사람이 살아가는 방식과 섬이 유지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울릉도는 단지 여행지가 아닙니다
울릉공항 개항은 단순한 교통의 변화가 아닙니다. 이것은 섬의 구조와 삶의 방식, 그리고 자연과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전환점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언제쯤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를 기다리는 것만이 아닙니다. 공항 이후의 울릉도를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공동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울릉도는 누군가의 고향이자, 살아가는 삶의 터전입니다. 그 공간이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훼손되지 않도록, 지금 이 시점에서부터 모두가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지금 우리는 울릉공항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섬을 위한 길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부터 섬에 대한 책임 있는 관심과 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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