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나리분지 개발 논란 :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진짜 고민

 

울릉도 나리분지는 섬 속 평야이자 역사와 자연을 품은 소중한 공간입니다. 최근 개발 이슈로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현실적인 고민과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깊이 살펴봅니다.

 

 

 

 

가을을 품은 나리분지 <사진 출처 : 울릉 홍보관>

 

 

1️⃣ 울릉도 고향 사람의 시선 : 나리분지를 바라보는 이중적 감정

울릉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나리분지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섬 중앙에 펼쳐진 넓고 평평한 땅, 사방을 둘러싼 산 능선,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평야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저도 울릉도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이 나리분지를 숱하게 바라봐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외지인들이 나리분지를 처음 보고 감탄하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나리분지를 볼 때마다 감탄과 함께 걱정도 함께 듭니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 뒤에는 외부에서는 쉽게 알기 어려운 현실적인 고민들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울릉도 고향 사람으로서, 나리분지를 둘러싼 개발 논란을 단순히 외면하거나,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리분지 온더트레일 <사진 출처 : 울릉 홍보관>

 

 

2️⃣ 나리분지가 울릉도에 지닌 가치와 아름다움

울릉도는 전체 면적의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평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넓고 평탄한 땅이 바로 나리분지입니다. 나리분지는 약 250만 년 전 울릉도 화산이 폭발한 뒤, 중앙부가 함몰되며 형성된 '칼데라' 지형으로, 학술적으로도 매우 희귀하고 가치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울릉도에서 가장 넓은 농경지이자, 주민들이 오랜 세월 터를 잡고 살아온 역사의 공간입니다. 특히 투막집, 너와집 등 전통 가옥이 지금도 일부 보존돼 있어 울릉도 사람들의 생활문화와 자연과의 공존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리분지는 사계절 풍경이 뚜렷하게 바뀌어 봄의 초록, 여름의 짙은 녹음, 가을의 억새와 단풍, 겨울의 설경까지 매 순간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울릉도의 자연, 역사, 문화가 모두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인 셈입니다.

 

 

나리분지 원시림 <사진 출처 : 울릉 홍보관>

 

 

 

 

 

 

3️⃣ 최근 나리분지 개발 이슈가 부각되는 배경

최근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면서, 나리분지 또한 관광명소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예전만 해도 조용한 마을과 전통 농경지가 주를 이루던 이곳에, 이제는 트레킹 코스, 카페, 소규모 숙박시설 등이 하나둘 들어서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울릉도 전체가 개발 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나리분지는 자연스럽게 개발 압력이 집중되는 지역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관광객 수용을 위한 추가적인 숙소, 상업시설, 도로 확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실제로 울릉군과 일부 민간에서는 작은 규모의 개발이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외지인들 눈에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고향 사람 입장에서는 그 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개발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나리분지 <사진 출처 : 울릉 홍보관>

 

 

4️⃣ 숨겨진 고민과 현실적인 우려

겉으로 보면 관광객이 많아지고, 카페나 숙박시설이 늘어나는 것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나리분지의 무분별한 개발이 이어질 경우, 울릉도의 고유 생태계와 전통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있습니다. 나리분지는 울릉도의 독특한 식생과 생태계가 집중된 공간입니다. 과도한 개발은 이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자연의 순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 성수기에는 주차 공간 부족, 교통 혼잡, 쓰레기 문제 등 생활 불편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개발이 확산될 경우, 이러한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나리분지는 주민들의 생활공간이기도 합니다. 관광 위주의 개발로 생활 기반이 축소되거나, 임대료·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이 벌어진다면, 울릉도의 전통과 정체성도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산 속에 평야 나리분지 <사진 출처 : 울릉 홍보관>

 

 

 

 

 

5️⃣ 울릉도 고향 사람으로서 바라는 점과 필요한 대안

울릉도의 관광 활성화는 필요합니다. 고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경제가 살아나고, 울릉도가 더 많이 알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광과 개발이 무조건적인 확장으로만 이어진다면, 결국 울릉도가 가진 가장 소중한 자연과 문화는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리분지 개발에 있어서도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저는 저밀도, 소규모, 친환경 개발 방식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보호구역과 생활 구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장기적 계획이 필수입니다. 또한, 사전예약제 도입, 차량 통제 구역 설정, 쓰레기 처리 대책 마련 등 실질적인 관리 대책을 함께 세워야 합니다. 관광과 보호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울릉도, 그것이 고향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라는 미래입니다.

 

 

나리분지 둘레길 <사진 출처 : 울릉 홍보관>

 

 

6️⃣ 나리분지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 주세요

울릉도 나리분지는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입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섬 속에 펼쳐진 평야, 그 땅 위에 쌓인 울릉도 사람들의 삶과 시간은 쉽게 대체될 수 없는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나리분지를 둘러싼 개발 이슈는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다음 세대에게도 지금의 나리분지를 온전히 남겨줄 수 있으려면,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울릉도를 찾는 여행자분들께도 부탁드립니다.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고민을 함께 바라봐 주시고, 울릉도가 단순히 소비되는 공간이 아닌, 공존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작은 실천과 배려를 더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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