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초월한 걷기 명소 버그내 순례길 : 당진 산티아고 순례길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당진 버그내순례길. 13.3km의 사색과 치유의 길에서 역사와 자연, 신앙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여정을 소개합니다.

 

종교를 초월한 걷기 명소, 당진 산티아고 순례길

 

 

 

사색과 치유의 13.3km,  충남 당진 '버그내 순례길'

충청남도 당진에는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고 평화로워지는 길이 있습니다. ‘버그내순례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길은, 한국 천주교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13.3km의 신앙과 사색의 여정입니다. 이 길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를 넘어서, 고요한 자연과 유서 깊은 성지를 지나며 내면의 평화를 마주할 수 있는 치유의 여정을 선물해 줍니다.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신념과 희생, 그리고 그 위에 자라난 평화로운 공간을 걷는다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깃든 길입니다.

 

 

 

당진에서 걷는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버그내순례길은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솔뫼성지에서 시작해, 다블뤼 주교가 머물렀던 신리성지까지 이어지는 약 13.3km의 길입니다. 이 길은 ‘버그내(삽교천)’라는 지역 명칭에서 비롯되었으며, ‘한국판 산티아고’라는 별칭으로도 불릴 만큼 완주형 순례 시스템과 코스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 코스 구성:
솔뫼성지 → 합덕제 → 합덕성당 → 순례자 쉼터 → 무명순교자묘역 → 신리성지

 

버그내 순례길

 

편도 기준 약 4시간이 소요되며, 코스 내 스탬프 투어와 앱 연동 등 신앙과 현대적 편의성을 모두 고려한 순례길입니다.

 

 

 

 

 

믿음의 흔적을 따라 : 역사적 배경

이 길의 중심에는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가 있습니다. 솔뫼는 그의 탄생지이자, 유년 시절을 보낸 장소이며, 병인박해 속에서 수많은 신앙인들이 고난과 순교를 견뎌낸 땅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믿음을 지켜낸 이 땅 위에, 우리는 오늘 고요한 발걸음을 옮기며 그 뜻을 되새기고, 내 삶을 성찰하게 되는 것입니다. 순례길은 단지 그들의 흔적을 걷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마음의 중심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조용한 도구가 되어줍니다.

 

 

 

주요 코스 안내 : 풍경과 신앙이 함께하는 공간

1️⃣ 솔뫼성지 – 시작의 자리

주소 : 충청남도 당진시 솔뫼로 132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이곳은 오래된 소나무숲이 둘러싸고 있으며, 신부님의 생가, 기념관, 묵상 공간이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소나무 아래로 스며드는 빛과 침묵 속에서, 여정의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이 차분히 내려앉습니다.

 

솔뫼성지 정문 <사진 출처 : 버그내 순례길 홈페이지>

 

솔뫼성지 안내도 <사진 출처 : 버그내 순례길 홈페이지>

 

 

 

2️⃣ 합덕제 & 합덕성당 – 고요한 물과 고딕의 미학

주소 : 충남 당진시 합덕읍 합덕성당 2길 22

통일신라시대 저수지였던 합덕제는 넓고 잔잔한 수면이 인상적입니다. 벚꽃이 피는 봄에는 마치 유럽 정원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데요, 그 인근에 위치한 고딕 양식의 합덕성당은 조용한 성스러움으로 순례자들을 맞이합니다.  1929년 건축된 고딕 양식으로 벽돌 건물 특유의 중후함이 마음을 더욱 안정시켜 줍니다.

 

 

합덕성당 <사진 출처 : 버그내 순례길 홈페이지>

 

 

 

 

 

3️⃣ 무명 순교자 묘역 – 이름 없이 피어난 믿음

주소 : 합덕읍 대전리 산21번지

무명의 신앙인들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묻힌 묘역. 이곳에 발을 디디면 말없이 고개가 숙여지고, 신앙이 단지 말이 아닌 삶의 결정체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순례란, 누군가의 죽음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그 뜻을 오늘에 이어 걷는 일임을 마음 깊이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

 

무명 순교자 묘역 <사진 출처 : 버그내 순례길 홈페이지>

 

 

 

4️⃣ 신리성지 – 걷기의 종착, 마음의 출발

주소 : 충청남도 당진시 합덕읍 평야6로 135

‘한국의 카타콤바’로 불리는 신리성지는 신자들의 신앙이 이어져 내려온 교우촌 유적지입니다. 넓은 잔디밭과 조용한 경당, 미술관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신앙적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듯한 분위기. 이곳에서 발걸음을 멈추면, 여정의 마지막은 언제나 또 다른 출발점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신리성지 <사진 출처 : 버그내 순례길 홈페이지>

 

 

 

앱, 스탬프, 그리고 작은 기쁨

버그내순례길은 단지 전통에 머물지 않고, 현대의 기술과 감성도 함께 품은 순례길입니다. 전 구간에는 스탬프 인증 포인트가 있어, 걷는 동안 소소한 목표와 보람을 함께 느낄 수 있고, 공식 앱은 위치, 걸음 수, 날씨, 코스 정보까지 제공해 더욱 안전하고 즐거운 여정을 돕습니다. 완주자에게는 기념 배지와 인증서도 주어진다고 하니, 몸과 마음뿐 아니라 추억도 챙겨갈 수 있겠죠. <버그내 순례길 모바일 앱>을 설치하면 길동무가 되어 드립니다. 

 

버그래 순례길 모바일 앱

 

 

 

걷는 그 자체가 위로인 길

이 길은 종교를 가진 사람만의 길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 조금 느려지고 싶은 사람. 조용히 걷고 싶은 사람. 어떤 무게를 내려놓고 싶은 사람에게 이 길은 열려 있으며, 환영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걸으며 놓고 가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 있는 길이라서, 이 순례길은 그 자체로 ‘성지’라 불릴 수 있는 것입니다.

 

 

 

실용 정보

 

순례길 지도

• 총 거리: 13.3km (편도 기준 약 4시간 소요)
• 코스: 솔뫼성지 → 합덕제 → 합덕성당 → 무명순교자묘역 → 신리성지
• 위치: 충청남도 당진시 우강면 일대
• 교통: 합덕터미널 또는 당진시청에서 택시/버스 이동 가능
• 편의: 스탬프 포인트, 스마트 앱, 쉼터, 이정표 완비
• 추천 계절: 봄 벚꽃 / 여름 연꽃 / 가을 단풍
• 완주 기념품: 완주 배지 & 인증서

 

 

 

걷고 나니, 마음이 조용해졌습니다

버그내순례길은 경치도 좋고 시설도 잘 갖춰져 있지만, 그보다 더 인상 깊은 건 길 위에 흐르는 침묵과 고요였습니다. 말 없이 걷고, 가만히 머물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의 소음이 차츰 잦아드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경주가 ‘역사의 도시’라면, 당진의 버그내순례길은 ‘마음의 도시’라 해도 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