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종식, 그러나 구조는 이제 시작입니다
2023년 말 통과된 법 개정으로 2026년부터는 대한민국에서 곰을 사육하거나 웅담 채취를 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곰들의 고통이 즉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도 수백 마리의 곰들이 전국 각지의 사육장 철창 안에 남아 있으며, 이들을 어디로, 어떻게 옮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이행 계획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구조는 이제 시작일 뿐이며, 구조 이후 곰이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가 진정한 사육곰 종식의 완성입니다. 구조된 곰은 대부분 사회성 부족, 감정적 트라우마, 건강 이상 상태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좁은 철창 속에서 살아온 곰들은 햇빛과 흙, 물, 바람에 익숙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구조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곰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복합적 복지 프로젝트로 보아야 합니다.
구조 후 곰은 어디에서 살아가나요?
구조된 곰들은 일반적으로 ‘생츄어리(Sanctuary)’라고 불리는 전용 보호 공간으로 이송됩니다. 생츄어리는 동물원이 아닙니다. 관람을 위한 전시가 아닌, 동물의 본성과 자유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비공개 보호구역입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환경부와 일부 지자체, 시민단체가 협력해 보호소 및 생츄어리 조성을 진행 중이며, 가평 보호소, 충남 서산의 보호구역,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특히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Project Moon Bear)’는 시민들의 후원과 참여로 생츄어리를 구축하고 있으며, 곰 한 마리 한 마리에 맞춘 맞춤형 환경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곰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흙을 밟고, 물가에서 몸을 씻으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본능을 회복해 갑니다. 하지만 보호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곰이 당장 생츄어리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설 확충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곰 보금자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곰 보호 캠페인 참여 방법과 후기〉도 참고해 주세요.
곰은 새로운 삶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요?
구조된 곰들이 생츄어리에 들어간다고 해서 곧바로 야생성을 되찾는 것은 아닙니다. 수십 년간 좁은 철창 안에서 단조로운 환경에만 노출된 곰은 극도의 불안, 무기력, 공격성 등 복합적인 스트레스를 겪습니다. 또한 움직임 부족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치아 손상, 소화계 이상 등 만성질환도 많습니다. 이에 따라 생츄어리 운영기관은 곰마다 개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신체 회복과 심리적 안정에 집중합니다. 곰에게 중요한 건 물리적 공간만이 아닙니다. 감각 자극이 충분히 주어지는 환경, 먹이 찾기 활동, 수영장, 나무 등반 등의 풍부화 프로그램이 함께 설계되어야 곰은 서서히 자신의 본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구조 후 몇 달 동안은 동물에게도 ‘회복 기간’이 필요하며, 때로는 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단지 회복이 아니라, 곰이 곰답게 사는 삶을 되찾는 희망의 여정입니다.
영화 〈곰마워〉, 구조된 곰의 진짜 이야기를 담다
사육곰 구조 이후의 삶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다큐멘터리 〈곰마워〉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의 사육곰 구조 현장을 밀착 취재하고, 곰들이 미국의 생츄어리로 이송되어 자유를 되찾는 순간까지의 감동적인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곰마워는 단순한 동물 영화가 아니라, 곰의 입장에서 인간 사회를 바라본 기록이자, 우리가 만든 고통에 대한 성찰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구조된 곰들은 처음엔 인간을 경계하지만, 점차 햇살을 즐기고, 물장구를 치고, 나무에 오르며 진짜 곰의 삶을 찾아갑니다. 특히 관객들은 철창 안에서 무기력하던 곰들이 자유를 경험하는 표정을 보며 큰 울림과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곰마워〉는 구조 후 곰이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사례이며, 사육곰 종식 이후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참고서가 됩니다.
구조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구조된 곰의 삶은 보호소에 도착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정기적인 수의 진료, 식단 관리, 심리 치료, 환경 개선 등 장기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생츄어리 한 곳을 운영하기 위해선 수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며, 한 마리의 곰이 죽을 때까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시민의 후원, 공공 재정 지원, 제도화된 관리 시스템이 모두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특히 구조된 곰이 생명을 다할 때까지 품을 수 있는 **‘평생 보호 정책’**이 확립되어야 구조가 진정한 구제가 됩니다. 곰에게는 단 한 번뿐인 삶이며, 이들이 두 번 다시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인간의 최소한의 책임입니다. 곰의 삶이 단지 ‘살려줬다’에서 멈추지 않고, 살게 해주는 책임으로 이어지려면 사회적 관심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구조된 곰, 진정한 자유는 지금부터입니다
사육곰의 법적 종식은 시대적 전환점이었고, 구조는 그 전환을 현실로 만드는 첫걸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삶이 곰에게 더 나은 시간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면, 구조는 반쪽짜리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구조된 곰들은 햇빛을 맞고, 흙을 밟고,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용히 삶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이 끝까지 안전하도록 만드는 일은 여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곰의 자유는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만 완성됩니다. 구조 이후의 곰 삶을 책임지는 일은 제도와 시민, 후원과 연대, 그리고 꾸준한 관심으로 가능해집니다. 우리는 법을 만들었고, 곰을 구조했습니다. 이제는 그 곰들이 진짜 곰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걸어야 합니다.
👉 구조 이전 입법 운동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하다면 〈곰 사육 종식을 위한 청원과 입법운동 정리〉 글도 함께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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