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사육과 동물의 권리

동물 실험과 곰 사육, 동물권의 연결고리

라일락2025 2025. 5. 17. 07:45

 

동물 실험과 곰 사육, 전혀 다른 이야기일까?

동물 실험과 곰 사육은 언뜻 보면 전혀 다른 문제처럼 느껴집니다. 전자는 주로 과학·의료 목적이고, 후자는 웅담 채취나 전시 등의 산업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두 현상은 ‘동물을 도구화하고, 목적을 위해 고통을 강요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닮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동물을 객체로 다루며, 인간의 이익을 위해 생명권을 희생시키는 구조 안에 있습니다. 실제로 동물 실험에 사용되는 생쥐, 토끼, 원숭이, 개, 고양이 등은 반복적인 실험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며, 곰은 철창 안에서 웅담 채취를 위한 존재로 평생을 소비당합니다. 둘 다 인간 중심의 판단에 따라 태어나고, 기능이 끝나면 죽음을 맞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두 문제를 따로 보지 않고, ‘동물권 침해의 구조’로 통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물 실험과 곰 사육, 동물권의 연결고리
동물 실험과 곰 사육, 동물권의 연결고리

 

공통점 - 생명을 수단으로 보는 시선

동물 실험과 곰 사육의 첫 번째 공통점은 **‘도구화된 생명’**이라는 개념입니다. 인간은 이 동물들을 치료법 개발, 화장품 안전 테스트, 건강식품 원료 확보 등의 ‘목적’ 아래 놓고, 그 수단으로써 동물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필요하냐’가 아니라 ‘동물의 고통은 고려되었느냐’는 질문입니다. 곰 사육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웅담이라는 약효 성분을 얻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좁은 철창 안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의 입장을 묻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는 곧 생명을 존중하기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추출하려는 산업적 관점이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생명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볼 수 있는 전환이 없다면, 이 고통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통점 - 보이지 않는 고통, 말 없는 저항 

두 번째 공통점은 **‘고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험실의 동물과 사육장의 곰은 일반인의 눈에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비가시성(invisibility)**이며, 사회적 관심이 낮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고통을 감추는 시스템은 고통을 지속시키는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은 동물 실험이 여전히 법적으로 허용되고, 일부는 대체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정당화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곰 사육도 오랫동안 법적 허점을 이용해 묵인돼 왔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단절과 무관심은 결국 고통받는 동물을 보이지 않게 만들고, 그 고통에 대한 공감을 차단합니다. 동물의 고통은, 보여지기 전까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기 쉽습니다.

 

 

보이지 않는 고통, 말 없는 저항
실험을 당하고 있는 토끼 < 출처 : Humane Society International 홈페이지 >

 

 

공통점 - 대체 가능성은 있으나 비용이 문제

세 번째 공통점은 대체 가능한 방법이 있음에도 ‘비용과 편의성’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동물이 이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물 실험 분야에서는 최근 세포배양, 컴퓨터 모델링, 인공 피부 등 다양한 대체 기술이 개발되었지만, 기존 인프라를 바꾸기 위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상용화에 한계가 있습니다. 곰 사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웅담을 대체할 수 있는 UDCA(우르소데옥시콜산)는 합성 기술로 제조 가능하며, 실제로 의약품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와 산업은 여전히 ‘전통’, ‘천연’이라는 명목 아래 사육곰 산업을 지지하거나 용인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대안이 있어도, 문화적·경제적 관성이 구조를 바꾸지 못하게 막고 있는 현실입니다.

 

 

생명을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기술보다 인식의 문제가 더 시급합니다. 동물을 실험하거나 사육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 시작은 바로 동물을 이익의 도구가 아닌, 감정을 지닌 주체로 인정하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생명을 향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다면, 법과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고통의 구조는 되풀이될 것입니다. 실험실의 토끼나 철창 속의 곰은 ‘비슷한 방식으로 고통받는 존재’입니다. 이 둘을 연결해서 바라보는 관점은 동물권 교육, 입법, 소비문화 변화 등 모든 영역에서 더 깊이 있고 일관된 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 이와 관련된 법의 한계는 〈곰 사육은 불법인가? 관련 법과 제도의 허점〉 글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고통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동물 실험과 곰 사육은 그 형태는 달라도, 고통의 본질은 동일합니다. 둘 다 인간의 필요를 위해 동물을 도구화하고, 그 고통을 감추며, 대안을 외면하는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우리가 이 둘을 따로 떼어 생각하는 순간,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바뀌어 계속됩니다. 이제 우리는 동물의 고통을 ‘각 분야의 문제’가 아닌, 동물권이라는 하나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사육곰의 철창이나 실험동물의 케이지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결국 우리 사회가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 고통을 먼저 인정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