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사육과 동물의 권리

사육 곰 종식,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라일락2025 2025. 5. 9. 11:58

 

 

곰 사육은 아시아 전역의 과제였습니다

곰 사육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베트남, 중국, 라오스, 미얀마 등 다수 아시아 국가에서도 수십 년간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곰이 사육되어 왔습니다. 특히 1980~90년대는 아시아 각국에서 ‘전통의학의 현대화’ 명분 아래 곰을 감금해 웅담을 채취하는 산업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습니다. 각국 정부는 초기에 사육을 묵인하거나 산업으로 장려하기도 했으며, 곰은 건강을 위한 ‘약재’라는 이름으로 법적·윤리적 보호에서 배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국제 동물권 운동과 동물복지 과학의 발전, 그리고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결합되면서, 사육곰 문제는 국제적인 인권 및 생명권 이슈로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각국은 자국의 전통문화와 경제 이해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는 산업을 어떻게 ‘책임 있게 마무리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한 금지가 아니라 실제적인 종식과 구조로 이어졌는가의 차이입니다. 한국은 이제야 이 과제를 해결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사육 곰 종식,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사육 곰 종식,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베트남은 어떻게 구조에 성공했는가?

베트남은 사육곰 구조에 있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대응을 보인 나라입니다. 2005년 베트남 정부는 곰 사육을 금지하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며, 이후 ‘등록은 허용하되, 증식과 웅담 채취는 불허’하는 관리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특히 사육곰 개체에 전자식 마이크로칩을 삽입하여 개체를 추적하고, 불법 웅담 채취를 단속하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이후 201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육곰을 구조하고 보호소로 이송하는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베트남 정부와 국제 NGO ‘애니멀스 아시아’의 협력이었습니다. 정부는 행정적 권한과 자원을 제공하고, NGO는 보호소 운영과 곰 복지 향상에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민관 협력 구조는 사육곰 문제 해결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현재 베트남은 전국에 남은 사육곰 수를 250마리 이하로 줄였으며, 2026년까지 완전한 종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곰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하겠다’는 철학을 실천으로 옮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베트남 곰 보호소
베트남 곰 보호소 < 출처 : animalsasia 홈페이지 >

 

중국, 거대한 사육곰 산업에도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사육곰 개체 수가 가장 많은 국가로, 현재도 10,000마리 이상이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국가 차원의 웅담 산업이 존재하며, 일부 국영 제약회사에서는 여전히 웅담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중국은 사육곰 종식에 있어서 가장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내 시민사회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정책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사육 허가 중단, 기존 농가에 대한 실태조사 확대, 야생동물 거래 및 약재 사용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웅담 없는 약재’나 ‘대체 치료제’에 대한 연구와 투자도 진행되고 있어, 웅담 산업의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지가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사육곰 종식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쓰지는 않지만, 중국의 변화는 사육곰 산업이 세계 어디에서든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흐름입니다. 한국은 중국보다 훨씬 적은 사육 개체 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종식이 더디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입니다.

 

 

곰 사육이 시작되기 전, 법으로 막은 나라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사육곰 문제를 ‘종식’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애초에 곰을 상업적 목적으로 사육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야생동물의 소유, 거래, 약재 활용이 강력히 규제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2006년부터 사육곰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의 상업적 사육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야생동물은 야생에서 살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은 동물에게 ‘고통을 회피할 권리’를 인정하는 윤리적 철학을 법률에 반영해 왔습니다. 일부 국가는 헌법에 동물의 복지를 명시하고 있으며, 야생동물은 그 자체로 보호 대상이자 사회적 책임으로 간주됩니다. 미국과 유럽은 곰 사육 산업이 시작되기 이전에 법적 원칙을 명확히 정립하고, 야생동물에 대한 공공의식 수준을 끌어올린 결과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낸 국가들’입니다. 한국이 지금부터라도 참고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모델입니다.

 

 

곰 사육 종식, 한국의 과제는 지금부터입니다

2023년 12월, 한국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2026년부터 곰의 소유·사육·웅담 채취·거래를 금지하는 사육곰 종식 정책을 공식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법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법이 실제로 어떻게 이행될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실천입니다. 현재 한국에는 약 300마리의 사육곰이 남아 있으며, 2025년 말까지는 도살과 웅담 채취가 법적으로 여전히 허용된 상태입니다. 보호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사육 농가에 대한 보상 기준도 명확하지 않으며, 곰을 어디로 보내고, 누가 돌볼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은 여전히 부실합니다. 베트남처럼 정부, 시민사회, 국제 NGO가 협력해 구조와 보호를 실행하는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한국은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빠르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 정부 대응의 한계를 먼저 확인하고 싶다면 정부는 왜 곰 사육을 막지 못하는가? 글을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