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사육과 동물의 권리

정부는 왜 곰 사육을 막지 못하는가?

라일락2025 2025. 5. 9. 06:40

 

 

곰 사육은 정부가 허락했고, 끝내는 책임도 정부에게 있습니다

한국에서 곰 사육은 개인이 몰래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도화한 정책의 산물입니다. 1981년 정부는 한약재 자립과 외화 절감을 명분으로 베트남 등지에서 반달가슴곰을 수입해 사육하는 것을 허용했고, 전국 농가에 사육을 권장했습니다. 곰은 ‘국가 승인 건강자원’이라는 이름 아래 거래되었고, 웅담 산업은 합법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문제는 이후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웅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으며, 동물권 담론이 부상했음에도 정부는 더 이상 이 산업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존 곰은 남겨둔 채 신규 수입만 막는 정책은 사육곰 문제의 종식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단지 ‘현상 유지’에 머문 결정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수십 년이 흐르도록 곰은 철창 속에서 늙어가고, 정부는 책임 있는 종식 시점을 정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해왔습니다. 사육을 허락한 쪽이 종식을 책임져야 합니다.

정부는 왜 곰 사육을 막지 못하는가?

 

 

정부 부처 간 책임 회피가 문제를 키웠습니다

사육곰 문제는 특정 부처 하나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 사안입니다. 환경부는 곰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실제 사육 관리와 관련된 실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가 분산해서 담당합니다. 이처럼 곰 사육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가 명확하지 않은 구조는 책임 회피와 혼선을 반복시켜 왔습니다. 곰을 누가 지키고, 누가 관리하며, 누가 구조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행정 처리도 늘 지연되었습니다. 농가 실태 파악이 지지부진하고, 보호소 확보나 구조 조치는 수년째 미뤄지고 있습니다. 부처 간의 ‘눈치 보기’는 구조의 시기를 놓치게 만들고, 곰에게는 생명으로서의 시간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구조나 치료가 시급한 개체들도 “예산이 없다”,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방치되어 왔습니다. 이 구조는 정책 부재가 아니라, 의도적 무대응의 결과입니다. 누군가 명확히 책임을 지지 않는 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정치권은 이 문제를 표가 되지 않는 이슈로 취급했습니다

사육곰 문제는 30년 넘게 반복되는 국가적 과제였지만, 정치권에서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이슈였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동물권 문제는 정책적인 ‘효율’이나 ‘경제 효과’로 환산되기 어렵고, 단기적인 정치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곰 사육 문제는 몇몇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이 꾸준히 지적해 왔지만, 정치권은 이를 표심에 영향 없는 사안으로 간주하고 회피해 왔습니다.

 

특히 지역구 기반의 국회의원들은 사육 농가의 반발을 의식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꺼려했고, 관련 법안은 매번 상정만 되고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예산 역시 ‘우선순위 외의 문제’로 밀려나며 구조 활동은 민간의 기부나 캠페인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곰은 법과 제도 안에서가 아니라, 정치적 무관심 속에서 고통받는 상징적인 존재로 전락했습니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생명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갈등을 두려워했고, 구조를 뒤로 미뤘습니다

정부가 사육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농가와의 이해 충돌을 정면 돌파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곰을 사육한 농가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 수십 년간 곰을 키워왔고, 이에 대해 정당한 자산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사육 중단을 유도하고 있지만, 정확한 보상 기준이나 재정 편성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갈등을 증폭시키고, 결국 구조를 뒤로 미루는 구실이 되어 왔습니다. 정부는 사육을 중단하자면서도 보상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고, 농가는 손실을 우려하며 사육을 지속합니다. 그 결과 곰은 생명으로서 존중받지도 못하고, 산업 자산으로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정책 회피는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방치하는 또 다른 방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은 바뀌었지만, 실행력 있는 시스템은 여전히 부재합니다
< 출처 :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

 

법은 바뀌었지만, 실행력 있는 시스템은 여전히 부재합니다

2023년 12월, 국회가 사육곰 산업 종식을 법제화하면서 곰 사육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2026년부터 곰의 소유, 사육, 웅담 채취 및 거래가 모두 금지됩니다. 그러나 이 법은 곧바로 실행되지 않습니다. 2025년까지의 유예기간 동안 사육곰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으며, 도살과 채취도 가능한 상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후 구조 대상이 되는 곰들을 위한 보호소, 의료 인력, 사후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법은 선언되었지만, 이행을 위한 시스템은 아직 그림조차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2026년 이후의 곰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누구에게 관리받아야 하며, 보호는 어떻게 보장되어야 할까요? 이런 질문에 아직 정부는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입법을 넘어선 실행력, 계획을 넘어선 책임입니다.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진짜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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