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사육은 오랫동안 ‘합법의 이름 아래’ 이어져 왔습니다
한국에서 곰 사육은 수십 년간 '법적으로 허용된 산업'이라는 이름 아래 운영되어 왔습니다. 1981년, 정부는 웅담 채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반달가슴곰의 수입과 사육을 허용했습니다. 이는 외화 절감과 농가 소득 증대라는 명목 아래 이뤄졌지만, 정작 동물복지나 생명권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후 약 500마리 이상의 곰이 해외에서 수입되어 각지 농가에 분산되어 사육되었고, 이들 중 많은 개체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반복적인 웅담 채취의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1993년부터 곰의 추가 수입과 번식은 금지되었지만, 기존에 사육 중이던 곰에 대한 관리나 종식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사육곰은 합법적으로 사육되면서도, 정책적으로는 방치된 채로 남게 되었습니다. 곰의 입장에서는 죽을 때까지 철창 안에서 고통을 견디는 생을 강요당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그 결과 현재도 약 300여 마리의 곰이 전국의 사육장에서 극한의 환경 속에 남아 있으며, 그들의 존재는 ‘법이 허용한 고통’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2023년 말, 드디어 법은 바뀌었습니다
2023년 12월 20일, 국회는 드디어 사육곰 산업의 종식을 위한 결정적 조치를 내렸습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육곰의 웅담 채취와 사육을 전면 금지하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26년 1월 1일부터 누구든 곰을 소유, 사육, 증식할 수 없습니다.
▶ 사육곰과 그 부속물(웅담)의 양도·양수·운반·보관·섭취 또한 전면 금지됩니다.
이제 사육곰에 대한 국가의 공식적 입장은 “중단”이 아닌 “종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번 법 개정안은 사육곰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과 국제적 동물복지 기준에 부응한 역사적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유예기간이 설정되어 있어, 2025년 12월 31일까지는 기존 사육곰에 대한 도살이나 웅담 채취가 법적으로 여전히 허용되는 상태입니다. 이는 법 개정의 의미가 크긴 하나, 당장 곰의 고통을 멈출 수는 없다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변화는 입법 그 자체보다 이 법이 어떻게 실행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기존 법 제도는 왜 곰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는가?
그동안 곰 사육이 방치되어 온 배경에는 대한민국의 법제도 구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은 사람의 보호를 받는 동물에게 최소한의 복지와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지만, 사육곰은 이 범주에 명확히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곰이 '야생동물'이자 '농가 소유의 자산'으로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법적 모호성은 사육곰을 법의 보호망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법은 반달가슴곰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사육곰은 ‘인위적으로 수입된 개체’라는 이유로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별도 관리 대상으로 취급됩니다. 이처럼 출처나 이용 목적에 따라 같은 종의 곰이 법적으로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은 매우 비논리적인 일입니다. 사육곰은 결국 법과 법 사이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된 존재로 남아 있었습니다.
개정법 통과는 진전되었지만, 종식까지는 과제가 많습니다
이번 개정법 통과는 사육곰 문제에 있어 분명한 전환점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종식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2025년까지 남은 유예기간 동안 곰의 도살과 웅담 채취가 여전히 합법이라는 점입니다. 이 기간 동안 일부 농가에서는 여전히 곰을 웅담 채취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곰의 고통은 즉각적으로 멈추지 않습니다. 또한 사육곰을 위한 보호소 확충과 예산 확보, 농가 보상체계 등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입니다. 보호할 수 있는 공간과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법 시행이 곧바로 구조로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이외에도 농가와 정부 간의 법적 분쟁, 경제적 보상 기준 설정, 보호 이후의 지속적 복지 제공 등은 체계적인 준비 없이는 실질적 실행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법은 종식을 선언했지만, 진짜 종식은 준비와 실천의 몫입니다.
법은 바뀌었고, 이제는 실행이 필요합니다
법이 바뀐 지금, 우리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곰 사육의 종식을 위한 법적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진전입니다. 그러나 그 법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실행과 사회적 감시, 시민의 연대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곰 사육이라는 오랜 관행을 실질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단지 법의 문구만이 아니라, 곰을 돌볼 수 있는 구조와 사람, 자원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더 이상 입법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사육곰 보호소의 확보, 농가 보상 기준 마련, 구조 이후의 생태 적응 프로그램 등은 모두 실천 가능한 계획으로 이어져야 할 과제입니다. 시민들 역시 구조 활동을 후원하거나, 소비 행태를 바꾸며 변화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곰의 자유는 단지 법 조항이 아니라, 모두의 의지와 행동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 곰이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과학적 사실은 곰도 느낍니다: 야생동물의 고통과 감정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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