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곰의 고통을 듣지 못하는가
철창 속에 갇힌 곰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침묵이 고통이 아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말하는 존재에게만 귀를 기울이고, 소리 없는 존재에게는 무관심으로 일관해왔습니다. 특히 동물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말하지 못하면 느끼지 못한다고 착각하는 것, 그것이 지금 곰이 철창 안에 갇혀 살아가게 된 배경 중 하나입니다.
곰은 생명체입니다. 공포를 느끼고, 고통을 감지하며, 외로움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곰이 내는 행동 신호를 무시하거나 ‘본능적’이라는 말로 무시해 왔습니다. 철창 속에서 반복적으로 몸을 흔들거나, 앞발로 벽을 긁는 행위는 그저 이상 행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곰이 외치는 구조 요청이며,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곰은 침묵 속에서 끊임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듣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곰이 반복하는 행동, 고통의 언어입니다
사육곰의 대표적인 행동 특성 중 하나는 **‘반복 행동(stereotypic behavior)’**입니다. 이는 감금된 동물이 경험하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폐의 신호로, 앞뒤로 몸을 흔들거나, 한 방향으로 맴돌고, 발톱으로 철창을 긁는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행동은 곰이 일상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에게 주는 자극일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절망을 표현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특히 곰은 지능이 높고 감정 표현이 섬세한 동물입니다.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삶의 질과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야생 동물입니다. 하지만 사육장에서의 일상은 자극도, 변화도, 의미도 없습니다. 하루 24시간 반복되는 고립과 무의미한 시간 속에서 곰은 자신을 소멸시키듯 살아갑니다. 곰이 반복적으로 흔드는 몸짓은 고통의 외침이며, 무관심에 대한 저항입니다.
철창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심리적 감옥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먹을 것도 주고, 잘 지내고 있잖아”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낸다’는 것과 ‘산다’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철창 속 곰은 숨은 쉬고 있지만, 야생성과 자유, 존재의 의미는 완전히 제거된 상태입니다. 그들에게 철창은 단순한 감금 공간이 아니라, 정신적 감옥이며 생명의 파괴 공간입니다.
곰은 사회적 동물은 아니지만, 혼자서도 자연 속에서 다양한 자극을 통해 자아를 유지합니다. 나무를 타고, 땅을 파고,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며 세상과 상호작용합니다. 그러나 사육장 안에서는 이 모든 본능적 활동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스스로의 감각조차 단절된 세계에서, 곰은 마치 생명을 '일시정지' 당한 채 존재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철창은 공간이 아니라, 생명력을 빼앗는 장치입니다.
곰이 말하고 싶은 단 하나의 메시지
사육곰은 우리에게 단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는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라는 선언입니다. 단지 웅담을 위한 도구가 아니며, 전시물도, 교육자료도 아닙니다. 느끼고 반응하고, 고통에 아파하는 존재로서의 동물, 그것이 곰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당연한 사실을 너무 오랫동안 외면해 왔습니다.
곰은 인간의 선택으로 사육장에 들어왔고, 인간의 무관심 속에서 철창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따라서 곰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 역시 인간의 의무입니다. 구조와 보호는 동정이 아니라, 책임의 실현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곰은 철창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시선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생명으로서 존재하고 싶다는 본능적인 갈망입니다.
곰의 눈빛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곰을 직접 마주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눈빛이 너무 슬펐어요.” 곰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눈빛은 수십 년의 고통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체념이며, 고통이 아니라 단절입니다. 그 눈빛은 우리를 향해 묻습니다. “당신은 나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나요?”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생명을 경제 논리와 전통이라는 이유로 감금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묻고 답해야 할 시간입니다. 곰의 눈빛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가 정직하게 응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곰을 구조하는 일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사회 전체가 생명을 대하는 방식, 감정을 인식하는 감수성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곰은 우리에게 ‘윤리의 기준’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곰이 철창 안에서 말하는 것을 듣는 사회
철창 속 곰은 말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침묵이 아니라 절규이며, 무언이 아니라 외침입니다. 곰의 몸짓, 눈빛, 무기력한 자세는 모두 우리에게 말 걸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동물이니까’라는 말로 회피하고 있는가?
곰이 철창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는 날, 우리는 비로소 생명과 공존의 가치를 실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습니다. SNS에 공유하기, 구조 활동에 동참하기, 비윤리적 소비를 멈추기. 곰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말해주기를...
👉 사육장의 실태와 구조의 필요성은 곰 사육장 내부 실태, 직접 들여다본 충격적인 현실 글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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