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 속 일상, 곰의 삶은 없다
곰 사육장의 가장 큰 문제는 곰이 생명체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물건처럼 ‘보관’된다는 점입니다. 사육장 대부분은 1평 남짓한 철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곰은 앉거나 서는 것도 제한된 공간 속에서 하루 24시간을 보냅니다. 바닥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곰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하거나 흙을 밟을 수 없습니다. 이 공간은 곰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동시에 안겨주는 구조적 감옥입니다. 곰은 야생에서 하루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복잡한 지형과 기후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입니다. 그러나 사육장에서는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힘들 만큼 좁고 자극 없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감금은 곰에게 **정신 이상, 무기력증, 반복 행동 장애(서서히 몸을 흔드는 등)**를 유발하며, 이 증상은 대부분의 사육곰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곰은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위생과 무관심, 건강은 방치됩니다
곰 사육장의 위생 상태는 대부분 비위생적이고 방치된 수준입니다. 수년간 청소되지 않은 철창, 곰의 분변이 쌓인 바닥, 오물로 범벅된 식수통과 먹이통은 사육장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곰은 물을 마시고 싶어도 오염된 물밖에 마실 수 없고, 제대로 된 영양 섭취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균형 잡힌 식사와 깨끗한 물은 생존의 기본 조건이지만, 사육장에서는 사치일 뿐입니다.
또한 사육곰에 대한 의료적 처치나 건강 관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상처가 나도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되며, 피부병, 안구 질환, 관절염 등이 흔하게 발견됩니다. 일부 곰은 이빨이 부러지거나, 발톱이 빠진 상태로 장기간 살아가며 고통을 겪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건강 문제는 농가나 정부 기관 모두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있으며, 곰은 스스로 치유할 수 없는 상태로 내버려집니다. ‘살아있다’는 이유로 사육된다는 사실이 곰에게는 고통의 연속입니다.
사육장의 침묵, 고통은 소리 없이 쌓입니다
곰은 인간과 달리 고통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대신 그들은 몸짓, 행동, 눈빛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사육장에서는 그 누구도 곰의 신호를 듣지 않습니다. 곰이 몸을 반복적으로 흔들고, 철창을 긁고, 벽에 머리를 박는 행동은 명백한 행동장애입니다. 이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우울증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징후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곰은 종종 스스로를 해치는 자해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앞발을 물어뜯거나, 벽에 머리를 반복적으로 부딪히며 감각을 잃어갑니다. 이는 마치 감금된 인간이 겪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도 유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은 보고조차 되지 않으며, 공식 통계나 정책 자료에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철창 속 고통은 묻히고, 침묵은 정책의 빈틈으로 이어집니다.
‘사육’이 아니라 ‘방치’입니다
법적으로 곰 사육은 허가된 산업이지만, 지금의 사육장은 사실상 방치의 공간입니다. 곰은 생물학적 활동을 멈춘 채,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육되며, 이는 ‘돌봄’이나 ‘관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정부는 곰 사육을 금지하진 않았지만, 사육 중단 이후의 종식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고, 농가는 경제적 사정으로 사육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 결과 곰은 죽을 때까지 철창 안에 살아야 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사육장 내의 곰들은 나이가 많고 건강이 나빠졌으며, 더 이상 산업적 가치를 갖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도, 책임지는 주체도 없습니다. 이처럼 존재의 끝자락에 놓인 생명들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곳, 그곳이 바로 현재 한국의 곰 사육장입니다.
📌 참고: 동물자유연대 ‘사육곰 구조 캠페인’ 보고서, 2023
외면된 생명, 우리는 무엇을 보고 외면했는가?
많은 사람들은 곰 사육장의 존재조차 알지 못합니다. 이는 곰 사육이 사회적 관심사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언론 보도도 드물고, 교육이나 공공 담론에서도 이 문제는 다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 마리의 곰이 철창 속에서 고통을 견디고 있으며, 그 고통은 우리 사회가 외면한 만큼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곰 사육장은 단지 산업 시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무관심, 정책의 무책임, 사회적 무지가 뒤엉켜 만들어낸 슬픈 공간입니다.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곰을 구조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일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철창 너머의 삶을 상상하는 것, 그리고 그들의 고통을 드러내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침묵 대신 행동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곰 사육장 문제는 단순히 사육을 중단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구조된 곰을 위한 보호소 확보, 사육 농가의 전환 지원, 법적 금지 조항 마련 등 정책적 뒷받침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시민들은 웅담을 비롯한 동물성 약재 소비를 중단하고, 구조 캠페인에 참여함으로써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한 명의 관심이 열 명의 행동으로, 그리고 사회의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곰은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계속 고통받습니다. 이제는 침묵을 멈추고 말해야 할 시간입니다.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정책이 되도록. 철창 안의 곰들에게 자유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당신의 한 줄, 한 번의 공유, 한 번의 서명이 철창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 곰 사육의 구조적 배경과 중단되지 못한 이유는 곰은 왜 우리나라에서 사육되고 있을까? 글에서 확인해 보세요.
'곰 사육과 동물의 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곰도 고통을 느낍니다 : 야생동물의 감정과 생명권 (0) | 2025.05.08 |
---|---|
‘철창 속 곰’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0) | 2025.05.08 |
웅담의 진실 : 전통이란 이름으로 고통받는 곰들 (0) | 2025.05.07 |
곰은 왜 우리나라에서 사육되고 있을까? (0) | 2025.05.07 |
한국 곰 사육의 시작과 현재 : 40년의 비극 (0) | 2025.05.07 |